비행기 출발 지연은 왜 생길까, NASA가 대기시간을 줄이는 방법

비행기 출발 지연은 왜 생길까, NASA가 항공기 대기시간을 줄이려는 새로운 방법

비행기 출발 지연은 꼭 항공기가 늦게 도착했을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승객이 모두 탑승했고 문까지 닫혔는데 비행기가 움직이지 않거나, 탑승교에서 출발한 뒤 활주로 주변에서 한참 기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날씨가 좋아 보이고 비행기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왜 바로 이륙하지 못하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최근 NASA는 이런 항공교통의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개발해온 기술들을 공개했습니다. 핵심은 비행기가 활주로까지 나온 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출발 전에 더 나은 비행경로를 찾고 항공사와 항공교통 관제기관이 이를 디지털 방식으로 빠르게 공유하는 것입니다. NASA는 관련 기술을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항공사 파트너에게 이전해 후속 활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NASA

비행기는 왜 정시에 탔는데도 출발하지 못할까

공항에서 비행기 한 대가 출발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항공기 준비와 승객 탑승, 수하물 적재가 끝나야 하고 공항 지상교통도 원활해야 합니다. 여기에 목적지까지의 비행경로와 해당 공역의 교통량, 기상상황도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출발공항의 날씨는 맑더라도 비행기가 지나갈 예정인 지역에 강한 폭풍이 있다면 원래 계획한 항로를 그대로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목적지 공항이나 중간 공역이 혼잡해도 항공기 간 안전한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출발시각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승객이 보는 공항의 날씨만으로는 지연 이유를 모두 알기 어렵습니다.

항공편마다 정해진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때 고속도로가 막히면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듯 항공기도 상황에 따라 비행경로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하늘에서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조종사가 마음대로 길을 바꿀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항공사 운항관리와 관제기관이 항공기의 위치와 다른 항공편, 날씨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여러 기관이 정보를 주고받고 새로운 경로를 검토하는 과정에 시간이 걸리면 더 좋은 경로가 있어도 제때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NASA가 최근 집중해온 부분도 바로 이 과정입니다.

NASA의 새로운 방식은 무엇이 다를까

NASA가 개발한 Digital Trajectory Rerouting Capability는 항공사와 관제기관 사이의 비행경로 변경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기술입니다.

시스템이 현재 교통상황을 분석해 우회 가능한 항공편을 찾아내고 새로운 경로 후보를 제시합니다.

항공사와 관제사가 같은 정보를 기반으로 변경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보다 경로 변경을 빠르게 협의할 수 있습니다.

NASA가 북텍사스와 휴스턴 지역에서 수년간 실제 운항환경을 이용해 평가한 결과, 경로를 변경한 항공편 한 편당 해당 공항권역의 누적 지연을 평균적으로 약 1시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NASA는 미국의 주요 10개 터미널 지역으로 확대할 경우 연간 약 1,800시간의 순지연 시간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합니다. NASA

이 숫자는 승객 한 명이 무조건 한 시간을 절약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러 항공편과 공항 운영에서 발생하는 누적 지연을 줄이는 효과를 의미합니다.

항공사도 새로운 경로를 선택해야 한다

컴퓨터가 새로운 항로를 찾았다고 자동으로 비행기를 그쪽으로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항공사는 연료와 운항계획 등을 검토해야 하고 관제기관 역시 다른 항공편과 충돌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NASA의 실증에서 휴스턴 I90 관제구역 시스템은 2025 회계연도에 3,870개의 경로 변경 후보를 찾아냈고 항공사가 이를 승인한 비율은 62%였습니다. NASA

이 결과가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좋은 경로를 자동으로 찾는 것만큼 실제 운항 관계자가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비행경로가 좋아지면 연료도 줄어들 수 있다

항공기가 필요 이상으로 오래 비행하거나 지상에서 엔진을 가동한 채 기다리면 연료를 사용합니다.

항공교통 관리가 효율적으로 바뀌면 시간뿐 아니라 연료 소비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NASA는 이전에도 항공교통을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비행경로를 개선하는 기술을 실제 항공사와 시험해왔습니다. 한 관련 시스템은 시험 과정에서 2만4천 파운드 이상의 제트연료 사용을 줄이고 7만7천 파운드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방지했다고 NASA가 발표한 바 있습니다. NASA

항공사 입장에서는 운항비용을 줄일 수 있고 승객에게는 불필요한 지연을 줄일 가능성이 생기는 셈입니다.

활주로 안전도 자동화 기술의 대상이다

NASA가 연구하는 것은 비행경로만이 아닙니다.

공항의 활주로와 유도로에는 항공기뿐 아니라 정비차량과 수하물 운반차량 등 다양한 장비가 움직입니다.

NASA는 센서와 자동화 기술을 이용해 활주로 주변의 잠재적인 위험요소를 더 빨리 발견하는 기술도 시험하고 있습니다. 올해 진행된 시험에서는 차량이나 잘못 놓인 수하물처럼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체를 탐지하는 기술이 검증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NASA

이 역시 사람이 필요 없어지는 기술이라기보다 관제와 공항 운영자가 위험상황을 더 빠르게 파악하도록 돕는 방향입니다.

승객이 체감하는 변화는 언제 생길까

NASA의 연구가 발표됐다고 다음 여행부터 모든 항공편이 정시에 출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항공편 지연에는 기상악화와 항공기 정비, 승무원 문제, 공항 혼잡 등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태풍이나 폭설처럼 비행 자체가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기술이 발전해도 지연이나 결항이 필요합니다.

오히려 중요한 목표는 피할 수 없는 지연과 시스템의 비효율 때문에 생기는 지연을 구분하고 후자를 줄이는 것입니다.

NASA가 개발한 디지털 경로 변경 기술이 FAA와 항공사로 이전되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실의 아이디어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다. NASA

비행기 출발 지연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

비행기 출발 지연에는 하나의 원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출발공항은 맑아도 항로에 악천후가 있을 수 있고, 목적지의 항공교통이 몰리면 출발공항에서부터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은 우회항로가 있더라도 항공사와 관제기관이 이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NASA가 바꾸려는 것은 이 가운데 사람이 여러 단계를 거쳐 처리하던 정보교환과 경로 선택 과정입니다.

컴퓨터가 더 나은 경로를 찾아주고 항공사와 관제가 같은 디지털 정보를 이용해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면 불필요하게 기다리는 항공편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목표는 비행기 지연을 무조건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안전을 유지하면서 피할 수 있는 대기시간을 줄이는 것입니다. 앞으로 공항의 자동화가 발전할수록 승객이 체감하는 변화도 화려한 새 비행기보다 ‘정시에 출발해 정시에 도착하는 비율’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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