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세일 정말 싼 걸까, 할인율보다 먼저 확인해야 하는 가격의 함정
온라인 쇼핑 세일 화면을 보다 보면 평소에는 살 생각이 없던 물건도 갑자기 사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오늘만 50%’, ‘역대급 할인’, ‘마감까지 2시간’ 같은 문구를 보면 지금 놓치면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화면에 표시된 할인율이 높다고 해서 실제 구매가격도 그만큼 저렴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1,335개 상품의 가격 할인광고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런 문제가 확인됐습니다. 설 선물세트 800개 가운데 12.8%인 102개 상품은 할인행사 기간에 정가를 올려 할인율을 과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6개 상품은 정가를 행사 전보다 두 배 이상 높였고, 최대 세 배 이상 올린 사례도 있었습니다. KCA
50% 할인인데 왜 별로 싸지 않을까
할인율은 ‘기준이 되는 가격’과 현재 판매가격의 차이로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평소 5만원 정도에 판매하던 상품을 10만원에서 50% 할인한다고 표시하면 소비자가 내는 돈은 여전히 5만원입니다. 화면에는 50%라는 큰 숫자가 보이지만 평소 구매가격과 비교하면 실질적인 할인은 없는 셈입니다.
실제 소비자원 조사에서도 이런 방식이 발견됐습니다.
한 설 선물세트는 행사 전 정가 3만원, 판매가 1만9,900원이었는데 행사 기간에는 정가가 11만4천원으로 올라가고 판매가격은 1만7,900원으로 표시됐습니다. 실제 구매가격은 2천원 낮아졌지만 화면에 표시되는 할인율은 35%에서 84%로 크게 뛰었습니다. 연합뉴스
소비자가 봐야 하는 숫자가 할인율보다 실제 결제가격인 이유입니다.
‘오늘까지만’이라는 말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간제한 할인도 소비자의 결정을 빠르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남은 시간이 30분이라고 표시되면 다른 쇼핑몰 가격을 비교하기보다 일단 주문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소비자원이 시간제한 할인상품 535개의 가격을 추적한 결과 20.2%인 108개는 행사가 끝난 뒤에도 가격이 같거나 오히려 더 낮아졌습니다. KCA
오늘 안 사면 다시 이 가격을 만날 수 없을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상품이 적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타이머 자체를 할인 여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비교해야 할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사고 싶은 제품이 생겼을 때 상품명과 모델명을 다른 쇼핑몰에서도 검색해 보는 것입니다.
전자제품이라면 모델번호까지 같아야 정확한 비교가 됩니다. 이름이 비슷해도 저장용량이나 구성품, 출시연도 등이 다르면 가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최근 판매가격입니다.
어제 10만원이었던 물건이 오늘 15만원을 기준가격으로 표시하면서 30% 할인한다고 해도 실제 판매가격은 10만5천원입니다. 할인율만 보면 싸졌지만 어제보다 오히려 비싸진 셈입니다.
자주 사는 생필품이라면 평소 가격을 대략 기억해 두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쿠폰이 있으면 무조건 더 싼 것도 아니다
온라인 쇼핑에서는 상품가격만으로 최종금액이 결정되지 않습니다.
회원쿠폰, 카드할인, 적립금, 배송비, 묶음배송, 구독회원 혜택 등이 붙습니다.
예를 들어 A쇼핑몰에서 9만원, B쇼핑몰에서 9만5천원인 제품이 있어도 B쇼핑몰에서 카드할인 1만원과 무료배송이 적용된다면 실제 결제금액은 B가 더 낮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최대 할인가’가 크게 표시돼 있어도 특정 카드나 신규회원, 일정 금액 이상 구매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가격일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도 이런 문제 때문에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반 할인가와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최대 할인가를 명확하게 구분하도록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KCA
대형 세일을 기다리는 건 의미가 없을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할인행사 자체가 모두 가짜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실제로 대형 행사기간에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상품도 많습니다.
Adobe Analytics는 올해 미국의 11~12월 온라인 매출이 2,75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Cyber Week 기간 일부 품목의 할인폭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전자제품은 최대 30%, TV와 컴퓨터 등도 큰 폭의 할인이 예상됩니다. 어도비 뉴스룸
다만 ‘대형 세일 기간이니까 모든 상품이 최저가’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상품마다 가장 싸지는 시기가 다르고 재고와 신제품 출시시점도 가격에 영향을 줍니다.
장바구니에 먼저 넣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꼭 필요한 물건인데 구매시점이 급하지 않다면 행사 직전에 처음 검색하는 것보다 며칠 또는 몇 주 전부터 가격을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러면 평소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TV, 노트북, 청소기처럼 가격이 큰 제품은 할인율 5% 차이도 실제 금액으로는 상당합니다.
반대로 몇천원짜리 생필품을 몇백원 싸게 사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오래 비교하면 시간 대비 절약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격 비교에 들이는 시간도 결국 비용이라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료배송 때문에 필요 없는 물건을 더 사는 경우도 있다
‘5만원 이상 무료배송’이라는 조건도 소비자의 구매금액을 늘릴 수 있습니다.
현재 장바구니가 4만3천원인데 배송비가 3천원이라면 7천원짜리 필요 없는 물건을 추가해 무료배송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배송비 3천원을 아끼려고 7천원을 더 쓴 것입니다.
할인쿠폰도 마찬가지입니다. 10만원 이상 구매 시 1만원 할인 때문에 원래 살 계획이 없던 상품을 추가하면 할인은 받았지만 전체 지출은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할인율이 아니라 ‘내가 내는 돈’을 봐야 한다
온라인 쇼핑 세일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할인율이 클 때가 아니라 그 숫자 때문에 비교를 멈출 때입니다.
소비자원 조사에서 실제로 정가를 높여 할인율을 크게 보이게 한 상품과 시간제한 행사가 끝난 뒤에도 같은 가격을 유지한 상품이 확인됐다는 점이 이를 보여줍니다. KCA
구매 전에 확인할 것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평소 판매가격이 얼마였는지, 다른 판매처에서는 얼마인지, 쿠폰과 배송비까지 포함한 최종 결제금액이 얼마인지 확인하면 됩니다.
50%라는 숫자가 20%보다 커 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것은 할인율이 아니라 원화입니다.
그래서 세일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숫자는 ‘몇 % 할인’이 아니라 최종 결제금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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